"내 엄마가 아닌 것 같아요"…무서운 '주식 중독' 부작용

입력 2021-03-20 05:11   수정 2021-03-20 08:4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이 늘었다. 오를 대로 오른 종목에 섣불리 들어갔다가 '물렸다'며 눈물을 머금고 있는 '동학개미'들도 있다.

네티즌 A 씨는 "엄마가 두 달 동안 주식으로 2000만 원을 날렸다"며 "어떻게 하면 주식을 못 하게 할 수 있을까"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A 씨 어머니는 한 친척으로부터 '돈 쉽게 벌 수 있는 방법'을 들었다며 호기롭게 주식을 시작했다. 하지만 몇 주 지나지 않아 수백만 원을 날렸다.

이때 A 씨는 어머니에게 "제발 주식하지 말라"며 "스스로 공부도 안 하고 성공한 사람 말만 믿고 들어갔다 큰일난다"고 직언했다.

어머니는 "알겠다"며 한발 물러선 듯 보였다. 하지만 A 씨 모르게 주식 투자를 계속하고 있었다. A 씨는 모친의 투자 내역을 보고 몇 백만 원이 아닌 2000만 원을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주식 그만 두라는 소리에 어머니는 "내 돈으로 하는 건데 네가 왜 말리느냐"며 "잃었던 돈 복구 중이니 기다리라"고 했다.

A 씨는 모친과 얼굴만 마주치면 주식 때문에 싸웠다. 어머니는 "네가 날 그렇게 무시할 줄 몰랐다", "엄마를 그렇게 못 믿느냐"며 분노하기 바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A 씨는 "엄마가 내 엄마가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고생해서 번 돈을 허공에 날리니 본업에도 지장이 가기 시작했다. 요즘은 거의 일도 안 나간다"며 낙담했다.

이어 "설사 벌었다고 한들 번 게 아닌 걸 잘 알고 있다. 주식은 엄청난 인내를 가지고 지식이 있는 사람들조차 실패하고 수년 동안 제값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씨는 모친에 대해 "성격도 급하고 변덕이 심해서 주식과는 성향이 전혀 맞지 않는다. 올랐을 때 몰아 사고 조금만 빠져도 기겁하며 빼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A 씨 어머니는 자신의 시드머니를 다 날리자 아버지, 동생이 모은 돈까지 손 댔다고.

A 씨는 "아버지와 동생이 어머니 주식 투자 사실을 알게 되면 집안은 풍비박산 날 것"이라며 "지금 당장에라도 주식 투자를 그만두게 할 방법은 없나"라며 호소했다.

네티즌들은 "아버지, 동생은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들이 모은 돈을 날린 꼴이 됐다. 저러다 사채까지 끌어쓸 수 있다. 바로 가족에게 알려야 한다", "A 씨 어머니는 이미 병이다. 가정이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아버지께 알려야 한다. 자금 없으면 분명히 미수거래할 기세", "돈 더 잃고 거리로 나앉게 되지 않는 이상 못 멈출것. 도박 중독이랑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 "자금 모두 인출 시키고 HTS도 모두 삭제하는 것이 좋다. 눈을 돌릴 다른 취미거리를 찾아주는 게 좋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주식 중독은 도박 중독과 유사해 극복하기 어려워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주식 투자를 위해 돈을 빌리거나 거짓말을 한다면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이럴 경우 개인의 의지만으로 극복하기 힘들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주식투자의 기본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견실한 기업에 투자자의 여윳돈을 투자함으로써 기업의 성과를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다. 남석관 베스트인컴 대표는 <한경닷컴 The Moneyist> 기고문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사전 준비도 없이 유행에 휩쓸려 주식투자에 입문하는 분들이 많다"며 염려하며 "주식투자에 앞서 남들보다 더욱 치열한 공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고 강조했다.

3년 만에 100억의 수익을 올린 '슈퍼개미'로 유명한 이정윤 밸런스투자아카데미 대표는 재무제표 분석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영업이익율이 높은지, 몇 년간 매출액이 늘고 있는지 이익성, 성장성, 안정성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찌라시는 정보가 아니"라며 "모두가 아는 정보 증권사 리포트, 경제 기사, 공시를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주식 중독 문제를 무료 상담하고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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